2021.10.01 - 2021.10.07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이 펼쳐지는 10월, 정수아트센터에서는 이성준 작가의 전시가 10.1~10.7일 간 진행된다. 이성준 작가는 강원도에서 주로 활동했던 회화 작가이며 이번 정수아트센터에서 홍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전시를 열게 되었다.
이성준의 작업은 독특하다. 그의 그림은 캔버스 위에 매끈하게 물감들이 발라져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물감들이 뭉쳐있는 채로 겹겹이 쌓여 올려져있다. 작품은 4도 이상 중첩된 무수한 컬러 위에 백색 유화물감이 한 톨 한 톨 올려져있다. 작가는 100만번 이상의 무수한 작업 행위를 반복했다. 이러한 반복과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단단하고 밀도 있는 화면을 만들어 하나의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성준에게 색(Color)은 우리가 쉽게 바라보고 상식적으로 떠올리는 색이 아니라 감정의 온도(Feeling of Temperature)로 인식한다. 화가는 감정의 온도로 느낀 색을 나름의 고민을 통해 작가의 예술적 조형성과 호흡으로 가다듬어 새로운 활력신호(Color Vital Sign)로써 환원한다.
우리가 이성준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때 보이는 화이트 물감 입방체는 여러 각 면에 부딪힌다. 이는 다양한 색의 특성을 외부로 발산, 흡수하는 동시에 화면에 부딪히는 빛 또한 화이트의 여러 입방 면에 굴절 반사되어 표면의 내부의 색(Color) 속으로 중화된다.
광학적 필터링 효과는 질료, 물감(Pigment)의 부피감(Volume)과 촉각성(Tactility) 그리고 빛과 물리 화학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온화한 색감(Feeling of Color)이 극대화되며 색의 감정(Feeling)과 색의 온도(Temperature) 즉 체온을 지닌 하나의 독립된 생명성(Independent Life)의 근거로 자리매김한다.
작가의 이러한 과학적 과정을 염두한 그의 작품을 보면 따뜻한 감성보다는 차가움이 느껴진다. 이는 아마 작가가 “나는 예술과 철학 그리고 미학적 조형성의 관계에서 최대한 이성의 언어로써 명확한 작업적 지표를 위해 고민하고, 이해하길 바란다. 또한 소위 작업 행위나 그것들을 위한 애초의 동기와 근원 등을 개인의 진부한 재능이란 이름의 단순한 기술적 재현과 관념화된 사적 스토리에 근거하길 거부한다.” 라는 문구에서 유추해 볼 수 있을것이다. 객관적 조형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그의 자세는 미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색의 계절(Color of Season)위로 눈이 내리듯 화이트(White)가 덮이고 흐려지며 조용하고 고요히 멀어 지길 반복하다 어느덧 마치 길게 들이마신 호흡. 그 결정의 순간에 집중한다. 끝이 아닌 멈춰진 순간 즉 백색. 화이트의 계절(White of Season)이다.
-작가노트 中-
정수아트센터는 그가 바라보고 인식하는 색, 즉 작가에 의해 독립된 생명성을 부여받은 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39점의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작품을 보며 기존의 관람객이 생각하고 인식하는 색이라는 개념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